옹삼이는 뒤늦게 군대에 갔다 2년전에 제대를 했다.
신혼 여행 다녀오고 바로 다음주에 혹한기 훈련을 갔었지 아마.... 그때 참 서로가 불쌍했었는데....
군인 신분이라 결혼을 하고도 3개월 가량 우리는 주말 부부도 했었다. 그게 벌써 2년이 지났네. 세월 참 빠르다.
지난 5월 초 옹삼이가 2박 3일로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3월 언젠가 국방부에서 그런 내용을 담은 등기를 받아보았을 때 참 만감이 교차했었지. 카오스에 빠졌다가 잠시 잊고 살았다가 그날이 다가오면서 진정한 카오스에 다시 빠져들었다. 언니, 엄마한테 에스오에스를 청해봤지만 거들떠 보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와주신다고 했지만 그건 좀더 상황이 ㅜㅜ.
그러던 5월 1일. 예비군 2박3일 가기 전날. 우리 가족은 인천 대공원에 놀러를 갔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집에 오니 실감이 났다. 옹삼이가 2박 3일간 집을 비우고, 나는 이틀이나 옹삼이 없이 도담이랑 밤에 잠을 자야 했다. 그리고 우리 옹삼이는 2박 3일간 생고생을 할 게 분명했다.
집 근처 롯데슈퍼에 가서 내일 새벽에 떠나는 옹삼이를 위한 옹삼이가 좋아하는 회초밥을 사고, 껌과 미니 자유시간도 샀다. 왠지 짠했다. 돌아오는 길에 옹삼이가 필요하다는 전자시계를 문방구에서 2천원(ㅋㅋ)주고 샀다. (그 시계는 하루에 20분씩 빨라져서 옹삼이가 훈련갔다와서 보니 1시간이 빨라져있었다) 눈물이 날 것같았다.
지금껏 그 2박 3일간 어떻게 도담이랑 보낼지 내 걱정만 했었지 옹삼이 걱정을 안한 게 좀 한심하게 느껴지고 왠 호사냐 싶을만큼 옹삼이가 안쓰러웠다. 다 늙은 나이에.... 다른 애들이랑 10살도 더 차이가 날 텐데 2박 3일간 잘 지낼수 있을까. 저 나이에 고된 훈련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어디 크게 다치는 건 아닐까. 텔레비전에서 본 유격 훈련 영상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배낭에 짐을 싸주는데 정말 눈물이 왈칵 했다.
그러다 타로 점을 보기로 했다.(우리 부부는 서로 만나기 전부터 타로점을 볼 줄 아는? 특이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무속의 힘을 빌리기로 한 거다. 우리의 3일이 어떨지.
우선 내가 섞고 옹삼이가 첫날, 둘째날, 셋째날의 카드를 뽑았다.
첫날 절제카드가 떴다. 음... 나대지만 않으면 괜찮겠군. 거기 있는 사람들이랑 원만하게 어울리겠군.
둘째날 카드가 떴다. 응? 이건 펜타클 퀸이잖아. 78장의 타로 카드 중 가장 좋다는 카드. 너무너무 편안해보이는 저 여왕의 자태를 보라. 평온해보이다 못해 자비로원보이는.
이건 뭐, 좋긴 한데 좀 이상한데? 여튼!
셋째날 카드가 떴다. 이건 또... 뭐지? 좋은 카드임에는 분명한데... 누굴 만나고 오려나. 좋은 기회가 찾아올 모양인 것같기도 하고. 여튼 왠지 멀쩡하게 저 기사처럼 늠름하게 돌아올 것 같은 카드라 좋아보이는군.
여튼 옹삼이 카드는 다 좋다.
이제 나의 3일 카드를 옹삼이가 섞고 내가 뽑았다.
첫날 카드다. 헉. 보는 내가 더 괴롭다. 절망스런 카드다. 요 한 달간의 우려가 이 카드 한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는 악몽을 꾸고 말꺼야. 밤에 잠도 안올꺼야. 옹삼이에 대한 걱정과 혼자임에 절망하고 있을꺼야.
둘째날 카드다. (구글에 찾아보니 쓸만한 카드 사진이 없네. 별로 자주 안뜨는 카드인가.) 이 카드의 이름은 추억이다. 과거의 영향력에서 못벗어나는 카드이기도 하고.
셋째날 카드다. 별이 떴다. 보통 이 카드는 희망을 상징한다. 설마 별이 떠야 옹삼이가 돌아온다는 건 아니겠지?
카드들을 종합해 보면 옹삼이는 3일간 잘 지내다 온다. 나는 잠도 잘 못자고, 옹삼이만 그리워 하며, 돌아오기만 목빼고 기다린다.
타로점을 솔직히 믿지는 않지만 참 점괘가 거시기하다.
좋은 점괘의 옹삼이 카드를 봤는데도 그래도 옹삼이에 대한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여튼 다음날 나는 새벽에 옹삼이를 눈물로 예비군을 보냈다.
그리고 지루하고 힘들고 괴로웠던 3일이 지난 후 옹삼이는 멀쩡이 돌아왔다. 너무나 멀쩡이. 별로 피곤하지도 않은지 밤에 잠도 안자고 오락을 하고 놀고있다. 좀만 피곤하면 하자던 탕목욕도 하자는 얘기가 없다. 팩을 해줄려고 봤더니 별로 타지도 않았다. 내일 어디 놀러갈 계획 없냔다.
다시금 타로점을 되내여 보게 된다.
요고 참 잘 맞는가 보다.
나는 밤에 잠도 잘 못자고 옹삼이 걱정에 악몽도 꾸었다. 옹삼이랑 있었던 옛날 일도 떠올리며 옹삼이 돌아오면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도 하면서 3일을 보냈다. 마지막 날은 옹삼이가 온다는 희망에 아침부터 기운이 났다.
옹삼이는 어떻게 보냈을까. 다는 모르겠지만 ... 예비군 ...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편한 모양이다. 장교라고 간부들하고 어울리고 차 마시고 그랬단다. 내참. 괜히 걱정했다. 왠지모를 배신감이 엄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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