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옹삼이

변기 뚜껑의 의미

동동이랑 2010. 7. 31. 09:13

 

나는 결혼한지 7개월째를 접어들고 있는 새댁이다.

 

며칠전 오랜만에 옹삼이와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무심코 텔레비전 리모컨이 한 영화채널에서 멈췄다. 그 채널에서는 한국 인디 단편 영화인 듯한 것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화장실 변기 뚜껑이 올라가있는 걸 보고 남편이 아내의 바람을 의심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래? 변기 뚜껑이 올라가있으면 바람을 의심할 수 있는 거야?"

"그렇지. 여자들은 변기 뚜껑이 올라갈 일이 없잖아. 너도 "내 엉덩이 변기에 빠지라고 올려놨지?" 하면서 내가 볼일보고 나서 변기 뚜껑안내리면 엄청 싫어하잖아. 그니깐 저 상황은 변기를 남자가 썼다는 거지. 물론  나같으면 청소를 했느냐고 물어보겠어. 그렇지만 그건 주위를 둘러보면 금방 알 수 있지."

정말 참~~ 똑 부러진다.

그래도 난 맞장구를 쳐주며,

"오호~~. 그런 센스가~~. 그렇다고 변기 뚜껑 한 번 올라간 걸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다니. 저 남자 촉이 장난이 아닌걸. 여자 좀 피곤하겠다."

했더니~~ 이 한마디에 옹삼이는 급 흥분하면서 밥풀을 튀기며 맹공격을 퍼붓는다.

" 아니, 변기 뚜껑 한 번이라니. 저건 동물적인 감각으로다가 남자라면 다! 금방! 바로 알 수 있는 거얏!  자기 아내가, 어, 바람을 핀다는 결정적인 증건데, 어떻게 그걸 못알아볼 수가 있어. 저건 당연한 거야. 그보다 바람핀다는걸 확인하고도 바로 말 안하고 더 큰 물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저 남자 좀 봐. 저게 더 대단한 거지. 만약에~~~ 내가 저런 바람핀다는 증거를 잡았다면~~"

옹삼이가 한 템포 쉰다. 그리고 흥분한 목소리를 180도 바꿔서 완전 촥~~ 깔면서....

"용서하지 못할 것같아."

정말 비장한 표정이다. 한여름에 이렇게 오싹할 수가.

 

그다음날. 무심코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변기 뚜껑에 눈이 갔다. 그리고 한 번 올려보았다.

기분이 묘하다.

 

그날따라 술먹고 늦게 들어온 옹삼이. 모른다. 변기 뚜껑이 up 되어있는걸.... 술먹어서 그런거겠지.

 

다음날 다시 올려놓았다. 또 모른다.

그다음날도 모른다.

 

 

이남자 뭐야, 동물적인 감각이 다 죽은 거야~~

 

괜히 내가 기분이 다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