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를 키우며

자동차를 좋아하는 만 2세

동동이랑 2013. 11. 27. 23:18

  자동차를 좋아하게 된 게 언제부터였더라? 기억도 잘 안난다.

 

  아파트 후문 경비초소 옆 화단가에 앉아 아파트를 들락거리는 자동차를 하염없이 보던 것이 올해 초 이른 봄이었던 것같다.

  그때도 이미 중증이었지. 18개월 된 아가가 한 자리에 꼼짝안하고 앉아서 20분이고 30분이고 해가 져도 그 자리에 앉아서 자동차보고 손가락질만 하고 있었으니.

  덕분에 경비아저씨들이랑도 친해지고. 경비아저씨들도 특이한 녀석이라고 했었지.

  여튼 그땐 아파트 후문 아니면 주차장 입구, 길거리 벤치에서 자동차를 보며 온시간을 다 보냈었지.

  참. 경찰서 앞 계단에서도 봤었다.

  같이 앉아있으면서 지대신 저게 무슨 자동차라고 말해주느라 힘들고, 좀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요렇게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을 수 있으니 요즘 흔하다는 ADHD는 아닌게 확실하다며 나 자신을 위로해보기도 했다.

 

  지금 녀석은 그렇게 앉아있진 않지만 대신 자동차를 향해 달려간다. 좋아하는 지프차가 지나가면 멈추라고, 가는 걸 아쉬워하며 소릴소릴 지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재활용 수거 너클크레인이 일주일에 한 번 오면 그날이 그 차를 따라 아파트 투어하는 날이다.

 

  올해 이사온 이 아파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출입구가 주차장을 통하게 되어있다.

  자연히 밖에 나갈때마다 자동차가 엄청나게 서있는 주차장 투어를 먼저하게 된다.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의 엠블럼을 한번씩 다 짚어봐야 하고, 집으로 돌아올때도 뺑~ 둘러오는 센스를 발휘하신다(집 방향을 아는 게 분명하다). 물론 지프차는 바퀴도 만져봐야 하고. 안테나 있는 자동차는 "아땅"이라고 외치며 한 번 가리켜봐야한다. 가끔 주유구도 만져보고, 전조등도 만져봐야 한다. 손은 늘 검댕 투성이다.

  바퀴가 지딴에 좀 이상하면 "아빠아빠"를 외친다. 아빠가 저 자동차를 고쳐야 한단 얘기다. "음... 엄마 생각엔 저 자동차 바퀴는 괜찮은 거 같아. 잘 굴러갈꺼같아" 해도 소용없다. 지가 한번 이상하다고 생각한 자동차는 고장난 자동차가 분명하다. 엄마로썬 좀 인내심이 필요하다.

 

  요즘 적응중인 어린이집 앞 정비소는 도담이가 그나마 어린이집을 가게하는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마운 존재다.

  그 정비소는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작업대가 두 개 있는데 어린이집 가는 길에 거기 자동차가 한 대도 안들어가 있으면 그렇게 서운해할 수가 없다. 간혹 보닛이라고 열어놓고, 차체를 올려서 정비사 아저씨가 뚝딱뚝딱 하고 있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 한참을 주저앉아있는다. 어린이집도 안들어가고.

 

  도담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자동차 박물관이란 책인데 자동차가 수백가지쯤은 나온다. 120페이지도 넘는 이 책을 자기전에 꼭 들고 오고, 하루에도 몇번씩 읽는데 솔직히 난 좀 견디기 힘들다. 책에 감정이 생긴 건 이 책이 처음이다. 내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내 용돈쪼개서 사준 책이었는데, 내발등을 찍은 격이다. 한 페이지 넘기기도 힘들고, 때론 역주행해서 또 읽고. 한 번 읽어주는데 30분은 걸린다. 읽어주기 힘들어서 한동안 숨겨두기까지 했었다. 요근래 다시 꺼내줬는데 무거워서 끙끙 거리면서도 항상 이 책을 들고 침대로 향한다. 요즘은 아예 그책 읽는 시간 30분을 빼고 수면시간을 잡는다.

 

  우리집 마루에는 자동차가 넘쳐나고 있다. 티비 다이 아래 한칸을 자동차 주차장으로 할애해줬건만 다들어갈리 없다.

  집앞에있는 아이조아에서는 더이상 빌릴 자동차가 없다.

  마트를 가든, 어딜 가든 자동차만 있으면 소릴 질러대기 시작하는데, 난 요즘 " 세상에 모든 자동차를 다 가질 수는 없어." 라고 말해주기 바쁘다.

  얼마전까지 나는 밤낮으로 자동차 글자 카드랑 놀아주느라 진을 뺐다. 그 결과 이 녀석 30여 종류의 자동차 글자를 알게됐다. 옹삼이는 지점토로 자동차를 만들어주다가 요즘은 스케치북에 자동차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튼 이녀석은 자동차 홀릭이다.

 

  얼마전 일이다. 이 책을 다 보고 탁 덮었는데 뒷커버 그림을 보고 또 웅웅 거리면서 손가락질을 한다. (아직 말을 못한다)

  뭘 가리키나 봤더니 개구리다.

 

  "응 개구리구나, 개굴개굴"

  "아이야"

  "음....... 아니야? 엄마가 잘못봤나? 음....개구린데?"

  "아이야~~~~"

  "개구리 맞는데?"

  "아야아야아야. 아이야~~~~"

  또 왜이러나 싶었다. 슬슬 짜증도 나고, 힘도 없던 때라 별루 대꾸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음.... 엄마 생각에는 개구린거 같은데? 엄마가 잘못알고 있는 건가, 아빠 오시면 다시 물어볼까? 근데 개구리맞는 거같은데? 개굴개굴."

  소용없다. 아니란다.

  한참을 짜증을 내다가 내 눈치를 봤다가 짜증을 냈다가 혼자 쇼를 한다.

  그러다가 진짜 답답했는지 턱 일어서더니 옆에있는 굴착기를 탁 뒤집는다..

 

  개구리가 아니라 자동차가 뒤집힌거라고.... 헐~~~. 헉. 말이 안나온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그렇구나. 자동차가 뒤집힌 거였구나. 저게 개구리 눈이 아니라 자동차 바퀴였구나. 엄마가 잘못봤네? 우리 아들 눈썰미가 정말 좋구나. 엄마는 못찾았는데, 자동차를 찾아냈네. 대단한데?"

  그제서야

  "으으으으응."

하고 표정이 좀 피더니,

지 볼일 보러 딴데 간다. 

 

  그래, 창의적이다. 내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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