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를 키우며

도담, 젖병을 거부하다

동동이랑 2012. 2. 14. 15:30

  (네이버 블로그에서 2011.11.16)

 

  포기하지만 않으면 모유수유는 끝끝내 성공할 수 있다더니 

  처음에 10cc도 안나오던 모유가 2달이 지나고 나서 나도 드디어 완모에 이르렀다.

  그 얼마나 꿈같은 단어인가, '완모'.

  혼합수유로 직수하랴, 젖병 삶아 분유 타 먹이랴, 유축하랴 가시밭길이었는데 내가 완모를 자각한 순간 그 뿌듯함과 나 스스로에 대한 그 엄청난 자랑스러움. 곧 소독해야하는 젖병 수가 줄면서 일이 줄어들어 몸의 편안함까지.

  그러나

  기쁨도 잠시.

  도담이, 이제 젖병을 안먹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배가 불러서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밥때가 되어 배가 고파도 젖병은 안먹고 날 쳐다보고 서럽게 운다.

 

  이건 공포다.

  도담이가 젖병을 거부하면 나는 외출도 못하고 집순이가 되어야 한다. 아~~~~~악. 이제 좀 내 몸도 편해져 외출을 감행할려고 하는 찰라였는데. 몇달동안 집에만 붙어있어 가고싶은 곳을 꼽고 있는 찰라였는데.

  재빨리 언니와 전화로 상담을 하고 하루에 한 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옹삼이밖에 없쥐)이 유축해놓은 모유를 젖병에 넣어 먹이기로 했다. 난 고옆에서 유축을 하고.

 

  며칠 전 그 첫날. 비장한 마음으로 울고 있는 도담이를 바라보면서도 끝끝내 젖병만 주었다. 우리 아들, 한시간동안 울면서 70cc 먹었다. (160cc를 흡입하던 아이였는데) 그러곤 피곤한지 잔다. 얼굴 벌개져가지고.

  그 서럽게 울던 눈빛,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눈물이 났다.

 

  지금.

  나는 집순이가 되었다. 가끔 2시간의 짧은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도담이의 밥때가 되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이번 주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러 좀 멀리(옹삼이 병원으로) 가기로 했는데 도담이가 눈에 밟힌다.

  12월초 친구의 결혼식은 갈 수 있을까.

  나는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왠지 나는 이번 겨울을 좀 탈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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