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를 키우며

고상한 엄마를 한때 꿈꿨지

동동이랑 2012. 6. 22. 12:33

집에만 있어도 화장도 하고 예쁜 옷을 차려입어서 아기가 봐도 예쁜 엄마이기를

항상 얼굴엔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아가 눈높이에서 같이 웃는 엄마.

항상 사랑과 여유로 아가를 보덤어 주고

아가 양손을 잡고 즐겁게 놀아주는 엄마.

아가랑 맛있게 식사를 하고

아가랑 놀다가 곤히 잠드는

그런..... 고상한 엄마가 되고 싶었지.

 

그런데 현실은

일어나자마자 세수는 커녕 눈도 못뜨고 수유하기 바쁘다. 시간남으면 꽃단장하는게 아니라 잠자고 집안일하기 바쁘다.

머리는 산발이고, 화장은 커녕 세수도 못할 때도 있고, 양치질도 가끔 깜빡한다.

이틀에 한번 하는 샤워도 아가의 징징거림을 감수하며 시간을 내야 하고

언제 어디서 머리끄댕이를 잡힐지 모른다. 이런....

내 옷에도 얼굴에까지도 이유식이 묻고.

언제였던가. 도담이가 한달 쯤 됐을 때, 나는 도담이 응아도 옷에 묻히고 다니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땐 잠이 부족해 대략 늘 몽롱한 상태였던 것도 같다. 옹삼이에게 카레라고 속여서 먹어보라고 해서 옹삼이가 급 당황했었지. 난 속을줄 알았지. ㅜㅜ

항상 웃고 싶지만, 웃는 얼굴에 아가는 침묻은 손을 비비고, 내 입에도, 콧구멍에도 손을 넣고, 눈도 마구 쑤심을 당한다. 가끔 무섭다. 내 생애 처음으로 뺨따구도 맞아보고. 내 참. 내 아들만 아니면.....

상식적으로 엄마 산맥을 넘어간다고 하면 다리나 배, 몸통 부분을 넘어가야하는 것같은데 요녀석 가리지 않는다. 엄마 머리를 타고 넘어가는 이 기발한 녀석. 덕분에 엄마는 멘붕.

이유식을 먹이느라 내 밥은 어떻게 먹는지도 모르겠고, 주변은 완전 초토화가 된다. 그릇, 숟가락, 빨대컵 할것없이 다 집어던지고, 여기저기 음식물이 나뒹굴지. 나중에 주워먹을라고?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닦고 있노라면 또 머리끄댕이가 잡힌다. 아. 뒷목.

아가랑 놀다가 곤히 잠들기에는 나는 너무 피곤하고 아가는 너무 활발하다. 발로 찰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없는 부분이 있는 거 아닌가. 어떻게 발로 얼굴을 가격할 수 있지? 아빠는 중요부위도 맞았다. ㅋㅋ.

 

이렇게 현실은 악마지만.... 곤히 잠들고 나면 다시 천사가 된다. 귀여운 녀석.